기후변화와 벼 못자리 파종시기의 변화
고등학교 즈음인가 아버지를 도와서 논둑을 하면서 들은 얘기인데 그 이전에는 얼음을 깨고 논둑을 했다고 했다. 논둑을 한다는 의미는 못자리를 준비하기 전에 논둑을 보수하는 것이다. 논둑이 보수되어야 물대기를 해서 물을 가두고 (담수) 써래질을 해서 곤죽 상태를 만들어 모내기(이앙)를 할 수 있게 준비하는 것이다.
1. 벼 못자리 파종
손모내기를 할 때는 모(어린 벼)의 잎(초장)이 길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오래 육묘를 했다. 오래 육묘를 하면 뿌리가 많아지기 때문에 이식했을 때 다시 뿌리가 잘 활착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게 기계이앙으로 바뀌면서 문제가 되었다. 초장이 너무 길어서 기계에 자꾸 걸리게 된 것이다. 그래서 초기에는 모를 다 기른 다음에 기계에 넣을 때 낫으로 잎을 쳐 주기도 했다.
그 이후에는 품종과 기술이 발달하여 못자리 기간을 짧게하여 초장을 짧게 기르게 되었다. 농사로의 자료에서 수원지방의 벼 못자리 파종시기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연도 | 파종기(월,일) | 비고 |
1960~1975 1976 - 조식 - 보통식 1978 - 조식 - 보통식 - 1990 1995 - 현재 |
5. 1 4. 5 5. 1 4. 1 5. 1 4. 1 4. 10 ~ 4. 15 4. 10 ~ 5. 5 5. 1 ~ 5. 20 4. 20 ~ 5. 15 5. 1 ~ 5. 25 |
물못자리 밭못자리 물못자리 밭못자리 물못자리 밭못자리 보온절충못자리 중묘기계이앙 어린모기계이앙 건답직파 담수직파 |
https://www.nongsaro.go.kr/portal/ps/psb/psbk/kidoContentsFileDownload.ps?kidofcomdtyNo=31691
2. 기온의 변화
기상청의 한반도 100년의 기후변화 보고서라는 자료를 보면 지난 106년간 연평균 기온은 0.18도/10년으로 상승했다. 그래서 수치는 없고 그래프만 보고 추정하면 1990년대 최저기온은 10도, 1970년대의 최저기온은 8도 정도로 볼 수 있다. 과거 30년(1990년) 봄의 최저기온은 6.2도로 나와있다. 기온상승을 고려하면 1970년대 봄의 최저기온은 5.7도 정도로 추정된다.
따라서 포항지역임을 감안하더라도 1970년대 4~5월에 논에서 얼음을 깨고 논둑을 했을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논물대기는 계곡물을 갖다 쓰는 것이 아니라 하천이나 웅덩이처럼 유속이 느리거나 정체된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유속이 빠르거나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쓰는 경우와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3. 결론
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초상일이 뒤로 후퇴해서 수확 가능한 날짜가 늘어나게 된다. 조생종의 보급과는 별개로 좀 더 일찍 파종도 가능하게 되었다. 이로인해 벼 수확 후 타작물을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일정이 확보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100년 전에는 중부 이북에서는 못자리에 얼음을 깨고 들어갔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을 것 같다. 기후변화가 지속되면 완전한 아열대로 벼 2모작도 가능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