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촌, 기후변환

수탈형 농업과 생태농업의 갈림길

chongdowon 2024. 7. 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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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적으로 늘어나는 인구를 뒷받침 한 것은 녹색혁명이다. 화학비료의 발명과 육종학 그리고 유전공학으로 이어지는 녹색혁명은 식량생산을 비약적으로 증가시켜 지금의 인구를 먹여 살리는 것은 물론이고 가축의 먹거리까지 충분히 제공한다. 덕분에 우리 식탁은 풍성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먹거리를 매일 거르지 않고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부자나라에 국한된 이야기지만.

최근에는 수직농장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농업과 축산은 생산환경이 물리적으로는 수평적이다. 밭을 이층으로 쌓아서 농사를 지을 수 없기 때문에 단위면적당 생산성이 아무리 높아지더라도 더 많은 생산을 위해서는 더 많은 면적이 필요하다. 수직형 식물공장들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발명되었지만 물리적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래서 농산물 공급에 있어서 플랜테이션의 역할이 매우 크다. 플랜테이션은 다른 말로는 Large scale farm 우리말로는 대규모영농이다. 대부분 밀, 옥수수, 면화와 같이 기계화 가능한 작물이거나 파인애플, 바나나 등 열대작물이면서 많은 노동력이 필요한 것들이다. 전자는 기계를 통해 후자는 저렴한 인건비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대량 공급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이 가능하다.

플랜테이션의 가장 큰 문제는 생산성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조건 같은 면적에서 적은 비용으로 많은 양을 생산해야 한다. 기계, 화학비료, 화학농약, 저임금 노동자를 투입하게 된다. 여기서 토양은 지력을 잃고 인권 문제도 발생한다. 또 넓은 면적에서 단일 작물을 재배하기 때문에 종 다양성이 파괴된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최근 미국의 옥수수 재배 농장에서는 무경운농법을 도입하기도 한다. 밭갈이를 하지 않기 때문에 토양 내 미생물과 곤충들이 서식지를 잃지 않게 되고, 작물은 이들과 조화를 이루어 생산력을 높이게 된다. 또 화학농자재의 사용을 줄임으로써 종다양성도 일부 보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모든 농지에서 같은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특히 최근에 개간되는 개도국의 농지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파괴' 2장에서는 이스터 섬의 파괴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폴리네시아의 한 섬에 정착한 이주민들은 수백년을 섬에서 평화롭게 살았지만 인구가 증가하고 불필요한 소비과정이 생겨나면서 섬 내 자연환경에 대한 착취가 시작되었고 모든 것이 부족해지자 식인으로 서로를 죽이게 되는 상황까지 나타나게 되었다. 섬이라는 제한적인 환경으로 외부 공급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여겨진다.

지구라는 생태계를 보면 공급이 제한적일 수 있다. 화석연료의 고갈에 대한 공포가 수십 년 이어지다가 대체에너지를 개발하게 되었고, 기술의 발달로 더이상 화석연료가 부족하지는 않게 되었다. 반면 대체에너지 사용을 위한 광물이 부족해지자 세계적으로는 특정 광물의 공급에 따라 전쟁의 위기까지 다다르게 되었다. 아직까지는 대체제의 발굴과 새로운 기술의 발전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지만, 언제 또 위험이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화성으로의 이주 혹은 테라포밍을 상상이 아닌 현실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앞서 말한 무경운농법처럼 대안적인 생태농법들이 꾸준히 제시되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인 것이 각종 유기농법인데 물론 유기농법은 생산성이 낮고 농산물의 가격은 높아 전세계적인 공급에 있어서 대안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여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전세계 식량공급의 30%만 플랜테이션이 차지 한다는 점과 선진국에서 식량 소비를 줄이거나 적정수준으로만 낮춰도 더 적게 식량을 생산해도 된다는 점이다.

선진국 뿐만 아니라 생활방식이 더 편한 쪽으로 바뀌면서 버려지는 음식이 더 많아졌다. 식료품을 판매하는 곳에는 이제 잘 차려진 밥상이 하나로 포장재에 담겨 냉장 매대에 올라간다. 이런 식품들은 불과 2~3일만 지나면 버려진다. 유통사는 더 신선한 음식을 공급하고 혹시나 있을 문제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짧은 유통기한을 부여하고 먹을 수 있는 음식들도 폐기해 버린다. 

나는 생태농업에 대해서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은 입장이었는데 최근 생각이 바뀌고 있다. 이미 망가진 농업환경이 얼마의 시간이 있어야 돌아올까라는 의구심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나는 한번도 망가진 토양이 돌아가는 모습을 본 적이 없거나 지금까지 그런 기회를 준 적이 없었던 것이다. 지금 일하는 농장에서는 내부적인 여건으로 수년간 화학제품을 거의 쓰지 않고 있었는데 갑자기 야생돼지가 나타났다. 듣기로는 10년 전에나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또 못 보던 설치류가 돌아다니고 농장에 날아드는 새의 종이 증가하고 있다. 동남아 기후가 한국 기후 보다 회전율이 2~3배라고 생각하면 우리나라도 시간은 걸리지만 기존의 농지들이 좀 더 친환경적으로 바뀔 수 있는 여건은 된다고 느꼈다.

생산량이 줄어들면 가격은 올라간다. 말 많은 유통에서 먼저 조정이 필요하다. 두번째는 개인의 소비를 줄이는데서 해법이 있을 수 있다. 싼 가격에 많이 소비하는 것 보다, 적정가격에 필요한 만큼 소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내 주머니에서는 같은 돈이 나갈지 몰라도 생애전주기를 볼 때는 전자가 훨씬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이 소모된다. 그리고 지금의 문제들이 다음세대로 물려줄 문제가 아니라 우리 세대가 당대에 직면할 문제이고 직면한 문제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매번 겪는 식료품 가격의 폭등, 기후위기가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니고 우리가 매일 아침 만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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