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동남아시아사
소병국, 동남아시아, 책과함께, 2020.3, 구글전자
동남아시아 국별로 시기별로 정리된 책들은 자주 보인다. 그리고 여행 책자에 보면 간단하게 역사와 문화를 다루기도 한다. 이 책은 1000장이 넘는 두꺼운 책으로 동남아시아 모든 국가의 시작과 현재를 다루고 있다. 내용이 방대해서 전체를 읽지는 못했고 가장 관심을 가졌던 지배구조와 종교의 전파 부분을 읽었다.
1. 만달라
동아시아의 지배구조와 동남아시아의 지배구조는 다르다. 물론 서방세계는 더 다르고 그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는 캄보디아에서 10여년 거주중인데 직장에서나 사석에서 보면 계층이 명확하게 나눠져 있다. 만달라는 일련의 동심원을 뜻하는 산트크리트어인데 힌두-불교에서 우주 질서를 표현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상하가 명확하게 나뉘는 피라미드 체제와는 달리 세력의 중심에서 멀어지면 관계가 느슨해진다. 이 때문에 국경 개념이 불분명하다는 특색도 보인다. 동심원의 중심과 바로 가까운 세력과는 후견인-피후견인 관계가 형성되는데 이는 일방적이지는 않고 쌍무적인 성격을 띄고 있다.
그래서 캄보디아 사회에서 세력의 중심에 있는 사람은 주변인에게 명령을 내리지만 한편으로는 명령을 받는 사람을 잘 챙기기도 한다. 또 이런 관계는 지위의 고하, 나이의 많고 적음에서도 비슷하게 보인다.
이런 만달라체제가 나타나게 된 배경은 동남아시아에서 흔한 물과 산 때문이다. 물은 유리한 이동과 교류를 제공하여 탁월한 유동성을 줬고, 산악 지역과 밀림은 깊은 고립성으로 제한적인 이동과 교류를 부여했다. 따라서 가까이에 있는 세력은 통제가 가능하지만 조금만 멀리 있어도 통제가 불가능했다. 2024년 현재에서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등 산악지역에는 소수부족은 당연히 존재하면서 중앙정부의 통제가 어렵다. 물리적으로 다가가기 어렵기 때문에 개발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만달라체제의 또 다른 특징은 광활한 땅에 비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분산되어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영토 보다는 인력이 더 소중했다.
2. 종교의 전파
현재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는 상좌부불교이고 베트남은 유교와 대승불교이다.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는 이슬람이고 동티모르와 필리핀은 가톡릭이다. 발리만 힌두교이다.
서기전 150년에서 서기 150년 사이에 인도에서 대승불교가 유입되었다. 11세기 초 상좌부불교가 스리랑카에서 도입되어 14세기 말에 마무리되었다. 버마의 버강은 11세기, 캄보디아의 앙코르와 태국의 쑤코타이는 13세기, 라오스의 란쌍은 14세기 중기에 받아들였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이 상좌부불교는 태국,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의 국가종교로 왕권을 떠받치는 핵심이념이거나 국민정체성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 책에서도 이슬람화 과정이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고 서술하고 있는데, 폴리네시아에서 상좌부불교와 이슬람이 비슷한 시기에 도입됐고 전쟁을 통해 참파삭의 세력이 베트남에서 내륙까지 침범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교를 채택한 지역에서는 종교가 이슬람으로 바뀌지 않았다.
묘비를 근거로 볼 때 늦어도 13세기 말에 북부 수마트라에 이슬람 국가가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14세기 후반 말루꾸군도와 말라까해협 사이에 향료무역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북부 자바해안에 무슬림 공동체가 출현하기 시작했다. 말라까가 인도와 서아시아의 무슬림 상인들의 동서 국제무역중심지가 되면서 자연스럽에 이슬람교가 전파되었다. 15세기 중에 인도네이사군도를 경유해 남부 필리핀의 술루군도, 민다나오. 16세기 중엽에는 북부 필리핀의 남부해안까지 도달했다. 도서 동남아시아의 지리지형적 특성 때문에 급격히 이슬람교가 확산되지는 않았다.
16세기 초까지 이슬람교가 정착된 지역들은 국제적인 무역 거래가 빈번한 항시와 그 주변 지역이었다. 근원적으로는 만달라체제의 성격과 싶은 관련이 있다. 이슬람화는 통치자에게서 백성으로 하향식으로 진행되었다.
카톨릭은 16세기 초 포르투갈인들이 처음으로 동남아시아에 전파했다. 필리핀에서 절대군주들이 카톨릭을 신봉하면서 대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스페인 선교사는 식민지배를 기획하던 본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며 기독교를 전파했다. 필리핀의 부족장들은 강력한 구심점이 없어 통합에 실패하고 스페인 선교사들에 대응할 조직이 없었기에 기독교 세력이 쉽사리 침투할 수 있었다. 개신교는 네덜란드인들이 동남아시아에 처음으로 전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