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고추방앗간
오랜만에 엄마 따라 고추방앗간에 갔다. 김장철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사람들이 많아서 30분 정도 기다렸다가 고추를 빻았다. 그 짧은 시간에도 여러 종류의 사람이 오고간다.
다른 사람이 내려놓은 고추가 매운고추여서 내가 가져온 고추와 섞일까봐 걱정하는 사람. 고추가 참 좋다는 방앗간사장님의 말에 괜히 뿌듯해 하는 사람. 재체랜만에 엄마 따라 고추방앗간에 갔다. 김장철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사람들이 많아서 30분 정도 기다렸다가 고추를 빻았다. 그 짧은 시간에도 여러 종류의 사람이 오고간다.
다른 사람이 내려놓은 고추가 매운고추여서 내가 가져온 고추와 섞일까봐 걱정하는 사람. 고추가 참 좋다는 방앗간사장님의 말에 괜히 뿌듯해 하는 사람. 매운 가루가 날리는 곳이어서 자연스레 재채기가 나오기 마련인데도, 보는 사람 하나 없어도 재채기 한번에 미안합니다 한번 말하는 사람. 가장 특이점은 일흔이 넘은 엄마가 막내라는 점이다.
고추방앗간에 오는 고추들은 시장에 파는 고추가 아니다. 대부분 직접 키우고 몇날며칠 가을 태양빛에 말린 다음 꼭지를 다 따서 깨끗이 손질한 다음 가져온다. 내년에 먹을 김장김치를 담을 재료로 쓰거나 외지에 있는 자식들한테 보낼 용도이다. 그래서인지 고춧가루를 담아가는 상자에는 전부 참깨도 한되씩 담겨있다.
오랜만에 본 정겨운 시골풍경은 여기까지다. 앞으로는 더더욱 보기 힘들어질 것이다. 직접 소규모로 농사를 짓는 사람도 줄어들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트나 시장에서 고춧가루 형태로 사게 될 것이다. 자연스레 이런 소규모 제분업자들은 경쟁력을 잃고 사라지게 된다. 상업성이 떨어져 없어지는 경영체를 상투를 잡고 끌어올릴수는 없다. 우리나라 밀가루 산업을 육성하려고 고군분투를 해도 어려운 것이 바로 이런 지점이다. 겨우겨우 밀농사는 짓게 했지만 소량생산되다 보니 제분업과 우리밀로 가공되는 식품까지 전체 산업의 가치사슬이 연결되기 어렵다. 지역시장의 활성화에서도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역 내 생산물과 가공, 소비가 지역내에서 한바퀴 순환되도록 생태계를 만들어 놓지 않으면 지역은 소멸된다. 혹시 소규모로 고추 농사를 짓는 사람이 남아 있더라도 가을에 고춧가루를 팔기 위해서는 타지역의 제분업체를 통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지역 이동을 한번 거칠 때 마다 운송비와 인건비가 더해지면서 최종 소비자에게는 가격 부담으로 연결된다. 캄보디아의 사례를 보면 1단계 거칠 때마다 10~15%의 비용이 더해지고 있다. 시골이라고 했지만 사실 사진과 영상에 나온 곳은 포항의 읍 소재지로 여타의 지방보다 인구도 많고 자본의 이동도 많은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분소를 이용하는 사람은 70,8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역소멸과 동시에 산업의 한 축도 무너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보인다.
갈수록 영세해지고 영업이익이 감소하는게 당연하겠지만 앞서 말한 지역 내 순환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품목별 특화 지원이나 민생에 친밀한 산업군(제조, 가공업)은 별도의 지원을 통해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시민들의 소비를 줄여줌과 동시에 부가가치가 지역내에서 창출되어 소득을 획득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