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불법 벌채에 관한 기사를 보면서 다시 한번 친환경의 의미를 되짚어 보게 된다. (심지어는 기사에 사용된 사진도 잘못된 사진이다!! 기사 중간에 나오는 CJ 공장은 봉제공장이 아니고 사료공장이다. 물론 화목을 사용하지만 기사에 언급된 봉제업과는 무관하다.)
기사를 간략히 요약하자면 의류공장의 보일러에 사용되는 화목들은 산림에서 불법으로 벌채된 것이다. 캄보디아 의류 공장에서 사용되는 목재의 70%가 천연림에서 공급되었다. 약 300,000만톤의 목재가 태워지고 약 368,000톤의 탄소가 배출된다. 이는 캄보디아 산업 전체의 38%에 해당된다. 881개 의류 공장 중 한 곳만 목재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물론 목재를 사용하는 공장 역시 고무나무, 캐슈나무, 망고나무 등 조림 또는 재배된 나무를 같이 쓰는 경우도 있다. 캄보디아에서 조림되었거나 ELC를 개간하는 중에 나오는 목재를 제외한 모든 목재의 벌채는 불법이다. 캄보디아에서도 전기 보일러가 가능하지만 불안정한 무역관계에서 투자 회수의 어려움 때문에 전기 보일러 설치를 꺼리고 있다.
마지막 문에서 알 수 있듯이 업체들은 이미 문제를 파악하고 대안이 있지만 투자환경의 복잡성 때문에 자칫 출구전략이 없을 수 있어 투자를 꺼린다. 물론 이에 해당하는 것은 EU나 미국에 수출되는 소위 EBA(무기를 제외한 모든 것에 대한 관세 혜택)에 적용되는 것이고 중국으로 수출될 경우에는 또다른 문제이기도 하다.
생활방식과 산업구조에서 문제와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캄보디아는 전체 에너지 공급 중 바이오매스가 44%를 차지하는데 주요 바이오매스가 화목이다. 특히 촌락가정의 주요 연료원 중 96.5%는 임산연료다. 나무를 취사연료로 사용하는데 거리낌이 없는 산업구조이고 이를 숯으로 만들어 쓰기만 해도 온실가스 배출은 상당량 감소시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효율이 낮은 숯의 사용만 빈번하고 브리켓의 사용은 아직 생소하다.
두번째로 부가가치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농민 또는 지역주민들은 본인들의 자산이 아닌 영구산림보호구역의 나무를 벌목함으로써 최소한의 투자 즉 인건비만 투입하고 수익을 얻는다. 중간상인들은 대게 이런 나무를 매입할 때 나무의 가치는 매기지 않고 인건비만 지급한다. 농민 입장에서는 굳이 조림을 하거나 불법을 자행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화목으로 사용하더라도 조림만에 한해서 구매를 하고 조림목인 만큼 충분한 가치를 인정한다면 바뀔 수 있겠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비용의 이유로 나뭇값을 제대로 지불할 업체는 없을 것이다.
설령 조림지가 충분히 많이 있더라도 가공과 수출이 원활해야 한다. 열병합발전소나 가정용 화목보일러도 마찬가지지만 원목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나무의 가치에 비해 부가가치가 낮기 때문인데, 조림목은 우드칩, 합판, 제재목 등 다양하게 가공되고 남는 부산물이 펠릿이나 톱밥으로 성형되어 연료나 기타용도로 사용된다. 캄보디아는 목재의 수출이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가공산업이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주변국에 비해 조림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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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요건에 부합하는 나무보일러발전에 들어가는 나무들은 과연 친환경적일까? 여러가지 요건들이 있겠지만 원시림을 파괴하지 않아야 하고, 조림되어야 하고, 조림과정에서 원주민의 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한다. 이런 요건들을 갖추더라도 부산물을 칩이나 펠릿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열량이 소모되는데 말 그대로 무언가를 태워야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 발생이 없을까?
이런게 생산된 전기로 만들어진 농업가공상품들이 공정하다고 볼 수 있을까? 공정무역은 생산자에게 충분한 보상이 돌아가야 되는 것일텐데, 플랜테이션 농업환경 자체가 그 지역 농업종사자들의 쾌적한 생활환경일까?
얘기를 하다보면 끝도 없고 모든 조건을 맞추다 보면 단 하나도 먹고 쓸 수 있는게 없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극단적인 얘기를 하고 싶은건 아니고 억지로 비싼 돈을 들여서 물건을 사자는 얘기도 아니다. 내가 손대는 아주 사소하고 값싼 어떤 물건이라도 이면에는 많은 과정이 있고, 생각보다 가까이에서 우리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비판적 소비를 일상화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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