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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1 11:25:10
캄보디아는 주변국의 지형과는 조금 다르게 북부 산악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뚠레삽을 중심으로 평탄하고 낮은 지형이다. 이와 함께 근대식으로 발전하던 60년대 이후 산업발전이 매우 더디게 진행되다 보니 아직 개간할 여력이 남은 농지나 산림이 많다. 그래서 농장의 대형화하기에 유리한 조건이다. 이 때문에 캄보디아 정부는 (지금은 중단되었지만) 농업에 대해서 ELC라고 하는 토지경제적 양여권을 부여해, 농업투자를 활성화시켰다.
중국은 남중국해를 포함한 동남아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라오스,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에 열심히 직간접의 투자를 하고 있다. 당연히 캄보디아에도 해마다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서, 현재 연간 ODA 총액으로는 중국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캄보디아의 농업정책인데, 이렇게 무분별하게 농업부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친기업 정책만을 강조하면 상대적으로 농민들이 최약해질수밖에 없다. 프놈펜포스트 2017년 6월 16일의 기사를 보면, 캄보디아 농업인구는 점차 감소하여 1990년에 80%, 2005년에 60%, 현재는 40%라고 농림부가 발표했다. 농업인구의 변화를 눈여겨 봐야할 필요가 있는데, 농업인구 감소의 이유는 기계화, 노령화, 도농간임금격차, 농가경영실패 등이라고 볼 수 있다. (더 다양한 이유가 있음)
현대농업으로 갈수록 농업 종사자는 줄어들 수 밖에 없는데 여기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대형농장의 등장 > 값싼 농산물 > 소농들의 경쟁력 약화 > 임금농으로 전환. 여러가지 진행과정이 있겠지만 급격한 대형농장의 등장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농가의 도산을 불러오고 곧바로 농민들은 임금농이 된다. 기술이 있거나 젊은 연령층이라면 도시로 가서 고급인력이 될 수 있지만, 별다른 기술이 없는 농민들은 소작농 보다 못한 임금농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내가 관심을 두는 것은 급여생활을 통해 삶을 영위하느냐 못하느냐의 관점이 아니라, 평생 자신의 농사를 짓던 사람이 남의 농장에서 나의 것이 아닌 작물을 재배할 때 올 수 있는 심리적 위축이나, 압박 등의 문제이다. 즉 농사를 계속 짓고 있지만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이런 대형농장이 등장으로 소농들이 피폐해지면, 시장경제 논리에 의해서 움직이는 대형농장이 생산을 멈추었을때 시장내 공급도 문제가 된다. 캄보디아 사례로 2000년대 초반에는 양돈농가 육성을 장려했는데, 그 이후 CP가 수직계열화 사업을 시작하면서 대부분의 농가 내 소규모 돼지 입식은 없어졌다. 그 이후 공급조절에 문제가 생기는데, 캄보디아에서 명절 등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에 정부에서는 공급조절 기능이 없어 CP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당연히 CP는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게 되었다. 높게 가격이 형성되자 태국 베트남으로 부터 밀수입이 증가하게 되는데, 아무리 밀수를 근절하려고 해도 국내 공급량이 절대부족하여 막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말하자면 1개의 농장에서 만두를 사육할 수는 있지만, 천 개의 농장에서 10두씩 사육할 여건을 만들어 주면, 가축의 이동거리를 줄일 수도 있고, 지역 내 수요공급도 조절이 가능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의 농업투자와 같은 대규모 자본이 일시에 들어오는 것이 마냥 반갑지는 않다. 한국이나 일본에서도 강소농을 육성하는 정책이 있는데, 캄보디아 정부가 이런 정책을 사실상 만들고 운영할 수는 없겠지만 대형투자농장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일반 농가에 투자하거나, 인프라 개발시 주변 농가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도의 정책이 수반되면 어떨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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