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친구가 유튜브를 하나 보고 한반도 벼 재배에 대해서 물어본게 있어서 다시 정리한다. 사실 이 논쟁은 이미 끝난 문제이고 농업 전공자라면 반문할 가치도 없는 주제이다. 특히 쌀농사라고 제목을 짓거나 언급을 하는 어떠한 매체라도 있으면 그냥 거르면 된다.
벼농사이고 우리는 쌀을 가지고 밥을 지어서 먹는 문화권에 살고 있다. 벼, 쌀, 밥을 구분하지 않는 언어권도 많은데 대부분 벼농경 문화가 없는 경우다. 예를 들어 영어권에서는 Paddy (rice), Rice, Steamed Rice라고 한다. 한자로는 취반이라고 하는데 Steamed라는 말도 사실 한국과 일본의 밥짓는 모습과 동남아의 밥짓는 모습을 보면 정확히 맞아 떨어지지도 않는다. 한국 일본은 쌀을 불려 밥솥에 물과 함께 넣어서 (앉히다) 가열하고 증기를 빼는 방식이다. 이것은 찰성이 인디카 보다 높은 자포니카여서 가능한 방식이다. 인디카를 주로 먹는 동남아에서는 물을 조금 더 많이 넣고 라면을 끓이듯이 가열한다. 물론 최근에는 전기밥통이 보급되면서 밥 짓는 방식이 비슷해졌지만 물을 잡는 양이 다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벼 농사의 최대 장점은 단위면적당 수확량, 담수재배, 연작, 넓은 재배환경으로 볼 수 있다. 인도에서 중국 남부지역, 동남아 전지역, 한반도와 일본까지 넓은 지역에서 재배가 가능하다. 물론 일부 품종은 광감수성이 있어서 재배기간이 한정되는 경우가 있다. 캄보디아의 장립계 향미 품종이 그런 경우인데 7, 8월에 파종을 마치고 11월 이후에 수확해야 한다.
1. 담수재배 비전공자의 오해가 생기는 부분이 담수재배이다. 벼 뿌리의 통기구조는 직렬형이 아니고 얼기설기로 되어 있어서 물속에서도 호흡이 가능하다. 따라서 물 속에서도 생장이 가능한데, 이 경우 많은 숫자의 잡초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그리고 가을이 지나면서 물을 완전히 빼고 논갈이를 한번 두번 하면서 땅속에 남아있던 수생잡초가 많이 사라진다. 반면 밭에서 재배하게 되면 수생잡초와 그렇지 않은 잡초 모두 경합을 해야 하기 때문에 농사짓기에 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물론 아직까지 중국 일부 지역이나 동남아 산악지형에서는 밭벼를 경험할 수 있다. 이런 경우 화산지대처럼 물빠짐이 매우 심해서 물을 가두기 어려운 경우다. 또 담수재배의 잇점 중 하나가 홍수에 강하다는 것이다. 부도(뜬벼) 같은 품종은 물이 차 오르면 그만큼 키가 더 자라서 광합성이 가능하다. 뿌리의 특수한 구조와 화본과의 특성이 합쳐진 것으로 화본과는 절간생장을 하기 때문에 마디별로 신장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2. 연작피해경감 담수재배의 두번째 장점은 연작피해경감이다. 특히 단년생 작물을 한자리에서 반복해서 재배하게 되면 특정한 염류가 집접되거나 특정 양분이 부족해지는 경우가 흔하다. 유럽의 삼포식 농업을 이것을 피하기 위해 고안된 방법이고, 유목민들은 화전으로 이를 해결했다. 담수를 통해 집적된 염류는 용해되고 강우를 통해서 대기중의 미량원소를 재배지에 받아들이면서 일정한 지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또 치산치수가 지금처럼 잘 되어 있지 않은 과거에서 우기나 장마에 범람하기 일수였는데 그럴 때 외부에서 영양분이 유입되기도 했다. 반면 밭에서는 범람과 연작의 문제 해결이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벼 농경문화의 시작은 간빙기에 폭발적으로 확장되면서 지역확장이 이뤄진 것이다. https://chongdowon.tistory.com/351
3. 높은 생산성 수렵과 채집에서 농경으로 옮겨오면서 처음부터 모든 인류가 농경에 집중한 것은 아니다. 농경문화가 발달하기 전까지는 결과물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수렵과 채집을 그대로 진행되고 남는 시간이나 인력이 농경에 투자를 했다. 생산성이 높은 작물을 발견하기 전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벼가 인류의 식량자원이 된 것이다. 아래 표를 보면 단위면적당(ha) 생산량은 감자가 단연코 높지만 감자는 저온이 필요한 작물로 열대~아열대지역은 동남아를 포함한 아시아 일원에서는 재배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이유에서 아시아에서는 벼를 주요 식량원으로 채택했고, 이후에 아메리카 대륙에서 카사바가 폴리네시아 해안과 섬 지역에 전파되었다. 폴리네시아 지역의 높은 강우량과 화산토 지형이 벼 농사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4. 북방한계선 위도에 따른 벼 재배 가능지역의 제한으로 한반도에서 벼 재배가 활발했다고 잠시 들은 것 같다. 일견 맞을 것 같지만 위에 언급한 것처럼 두가지 지점에서 문제가 있다. 감응형 감광형 등 다양한 광수용형태가 다른 품종들이 있는데 품종 특성일 뿐이다. 이건 조건을 맞춰주면 된다. 또 하나는 적산온도에 대한 개념이다. 식물의 생육에서는 적당한 온도 습도 영양분이 필요하고, 충분조건이 되면 꽃을 피고 (생식과정) 결실을 맺게 된다. 더 북쪽으로 갈수록 일찍 파종하면 된다. 육묘를 해서 이앙을 하면 된다. 4월 이전에 파종을 해야할 경우 못자리 수온을 높여주는 방법을 쓰는 등 다양한 재배적응 방법이 있다. 그래서 기후변화에 따라 벼 파종시기를 달리하고 있다. https://chongdowon.tistory.com/396
5. 결론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라서 한반도의 개념이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여기에 대한 정의는 역사, 고고학자들이 결정할 문제이다. 농경문화로만 보면 한반도는 옛 발해지역까지가 하나의 문화권으로 보인다. 대두의 원산지인 것이 그 이유로 들 수 있다. 그리고 벼 재배 문화는 양쯔강에서 시작되어 한족이 중심이 되어 한반도로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남방계인 동남아지역으로 먼저 갔다가 다시 수입된 것인지 한반도에서 먼저 유래되고 나중에 다시 유입된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고려시대부터 밀 농사는 한반도에 있었지만 밀은 껍질을 벗기고 다시 가루를 내어야 하는 복잡한 과정과 저온경감이 필요한 점을 보면 한반도에는 적합하지 않았을 것이다. 반면 보리는 같은 맥류지만 벼와 같이 취급하고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병행해서 재배하기 유리했을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조, 기장, 수수, 율무도 비슷한 위치였고 현재도 같은 위치다. 결국 탄수화물의 원료로 가장 생산성이 높으면서 취급도 쉬운 벼가 한반도 대부분의 지역에서 주요 작물로 선택된 것은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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