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런 아세모글루, 사이먼 존슨 저/김승진 역, 권력과 진보(기술과 번영을 둘러싼 천년의 쟁투), 생각의힘, 2023년 06월 30일
국가는 왜 멸망하는가에 이어서 읽은 권력과 진보. 두 책은 당연히 내용이 이어지는데 한 권을 추천한다면 앞의 책을 추천한다. 그리고 권력과 진보만 읽는다면 국가는 왜 멸망하는가의 요약을 읽는 것이 좋겠다.
작가(들이지만 작가라고 하겠음)는 국가가 망하는 이유를 다른 무엇보다 제도에서 찾았다. 포용적 정치와 경제제도가 도입되어야 국가가 지속될 수 있고, 여러가지 힘이 작용하지만 조직의 목소리가 뭉쳐 제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권력과 진보도 같은 맥락이다. 기술적인 진보(책에서는 테크놀로지로 통칭함)가 있었지만 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권력이 결정하게 된다. 물론 이 권력은 단순히 정치권력만은 아니다. 농경의 혁신이 있을 때 자본가들은 농민을 착취했다. 산업혁명기에는 더 많은 노동자, 숙련된 노동자가 모여 들면서 향상된 기술의 결과물을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 사용했다. 임금향상, 근무시간 감소, 재교육 등이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 노동조합이다. 물론 더 많은 더 많은 숙련공이 생산성 향상에 도움됐기 때문이다. 디지털 테크놀러지에서는 다시 저학력 노동자들은 불리해지고 자본을 통한 이익은 자본가들에게 집중되기 시작했다. 농업혁명에서 노예무역 그리고 산업혁명까지 더 많은 노동시간을 강요받은 것은 생산성이 낮은 대신 더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AI과 발달한 현재는 어떨까. 처음 기대와는 달리 인터넷 공간은 공론장이 되지 못하고 가짜정보를 선동하고 광고 활용을 위한 플랫폼이 되었다. AI를 비롯한 첨단기술들은 생산성 향상 보다는 노동자 감시를 위해 사용되면서 노동의 가치를 떨어뜨리게 되었다. 산업혁명 때와 마찬가지로 이런 기술들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제도적 개선으로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책의 결론이다.
사례로 기후변화대응에 대한 정치권의 태도 변화를 들 수 있다. 기후에 대한 내러티브 변화가 있었고 조직화된 정치 운동으로 결집되었다. 이는 기업에 압력을 가하게 되면서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정책 대안 마련이 활성화되었다. 더 강력한 것은 청정 에너지 분야의 혁신과 투자에 직접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새 교과서로 공부한 학생들은 동일한 지역에서 새 교과서가 도입되기 전에 졸업한 사람들과 상당히 다른 견해를 표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서 인센티브를 통해 적극적으로 해외 정보를 접하게 하자, 해외 매체의 정보를 이해하고 신뢰했으며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바꾸었다.
하버마스는 공론장을 개인들이 모여 사회적 사안과 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장으로 정의하고 이것이 민주적 정치 과정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집합 행동은 목적 달성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 행동하는 것을 필요로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러한 행동에는 비용이 든다. 무임승차자 문제가 생긴다. 대의에 공감한다 해도 비용을 피하기 위해 집합 행동에는 참여하지 않으려는 유혹을 받게 된다.
결론적으로 개개인이 기술의 올바른 사용을 위한 방향을 설정하고 제대로 된 정보를 습득하면서, 한편으로는 공론장에서 의견을 모아 세력을 형성해서 정치권력이 올바른 방향으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강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인데라고 생각이 들면 한국정치에 관심많은 사람
주요 내용 갈무리
1장 테크놀로지에 대한 통제
새로운 일자리는 그 업계의 자동화되지 않은 업무들이나 연관 업계들의 활동이 확대되는 데서 발생한다. 자동화로 인한 생산성 증가의 이득이 작으면 새로운 일자리가 거의 창출되지 않는다.
2장 운하의 비전
비전은 공유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비전에 불을 때는 연료는 낙관이다. 비전에는 야망이 필요하다. 우리가 테크놀러지를 가지고 무엇을 하는가는 우리가 그리는 진보의 방향이 무엇인지와 무엇을 감당 가능한 비용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달려있다. 비전은 가시 범위를 제한하는 왜곡된 렌즈이기도 하다.
3장 설득 권력
설득권력은 사회적 지위에 의해 갖기 쉬워지고 자기강화를 하고 악순화이기 쉽다. 민주적인 의사결정 제도가 평범한 사람들의 의제 설득력을 확장해 준다.
4장 비장함의 육성
농업생산성은 높아졌지만 인구 대부분의 소비 수준은 낮아졌으므로 막대한 잉여가 발생했다. 잉여는 소수의 지배계급, 신흥 도시 부양에 쓰여졌지만 대부분은 종교교단으로 흡수되어 건축물에 사용되었다.
농민들은 침묵하고 노동하도록 설득되었다. 생산성을 높이는 수차와 풍차에 큰 투자가 필요했는데, 여기에 투자한 영주의 부와 정치권력이 증가하면서 농민에 대한 장악력도 확대되었다.
대규모 생산을 달성했고 농업에서 상당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는 면에서 보면, 곡식 경장의 도입은 테크놀로지 발달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토지 재배열이 근대적인 테크놀로지를 적용할 수 있게 해주어서 식량 산출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농업 생산성의 증가는 주로 지배층에게만 이득을 가져다주었다. 산업화의 첫 국면에서는 농업 근대화의 경우에서보다도 심지어 더 편향된 의사 결정이 내려졌고 더 심한 불평등이 나타났다. 인공지능이 도래하면서, 우리의 미래는 매우 충격적으로 과거 농업 사회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5장 중간 정도의 혁명
개별적으로 보면 이러한 혁신은 각각 구체적인 상황에 적용되어 이런저런 방식으로 기계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생산성을 증대시킨 작은 개선과 조정이었다.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될 수 있엇던 결정적인 요인은 비교적 평범한 배경 출신인 사람들에 의해 사업가 정신과 혁신이 추동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실용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테크놀로지와 관련해 ㅊ아조적인 인물이 되겠다는 야망을 가지고 있었다.
중국에서도 다양한 과학적 혁신이 있었고 산업혁명의 몇몇 전제 조건도 달성했지만, 생산을 조직하는 기존의 방법과 기존의 사회적 위계에 도전할 새로운 사람들이 부상할 수 있는 제도적 배열이 존재하지 않았다.
새로운 중간계층은 자신의 부를 축적하는데만 관심있었을 뿐이다. 새로운 것이 반드시 포용적이지는 않다.
6장 진보의 피해자
기술발달을 통한 자동화가 노동자에게 직접적인 이득을 줄까.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노동시간의 증가와 실질임금의 감소로 이어진다.
산업화로 인구가 증가하면서 생활여건은 급속도로 나빠지고 질병도 증가했다. 게다가 각종 폭력사건도 증가했다. (징집병의 체력이 낮아 표준급식을 도입)
동인도회사는 인도에서 직물을 수입하다가 산언화로 방적기가 도입되고 직물 생산단가가 낮아지면서 역으로 인도에 직물을 수출. 이 과정에서 물류를 원활히 하기 위해인도에 철도를 도입. 인도는 설탕, 견 등 농업수출국이 되고 아편 수출도 크게 증가.
산업의 성장은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조직화하기 좋은 조건을 제공
철도가 인도에 불러온 것은 경제적 근대화가 아니라 영국의 경제적 이익과 인도인에 대한 통제 강화였다. 테크놀러지는 생산성을 높이고 수십억 명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막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기술의 경로는 편향되기 일쑤이며 이득은 주로 사회적으로 강력한 사람들에게 흘러가는 경향이 있다. 정치적 참여 가능성도, 정치적 목소리도 없는 사람들은 종종 뒤로 밀려난다.
7장 투쟁으로 점철된 경로
전기의 도입으로 공장의 생산성이 크게 높아졌다. 조명이 개선된 덕분에 노동자들은 주변을 정확하게 보면서 기계를 더 정밀하게 작동할 수 있었다. 실내 대기질도 좋아졌고 유지관리도 용이해졌다. 전기로 돌아가는 시계, 제어장치, 보일러가 다른 기계들과 결합해 기계 작동의 정밀성이 한층 높아졌다. 기계들을 순차적으로 놓을 수 있게 되면서 공장의 재조직화가 가능해졌다. 이제 각각의 기계가 따로따로 동력원에 연결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생산이 막대하게 증가하면서 도소매 유통 분야에서 연관효과가 발생. 미국식 기술 경로의 연장선에서 새로운 시스템과 기계를 도입해 효율성을 높이고, 고숙련 노동자와 저숙련 노동자 모두의 역량을 강화하는 쪽으로 경로를 잡았다. 임금이 오르면서 이직과 결근이 줄었고 포드는 이것이 노동자의 생산성 향성에도 기여했으리라고 보았다. 생산성 증가의 주요 원천 하나는 노동자의 재훈련이었다. 전반적인 성장과 생산성 향상의 속도 못지않게 놀라운 것은 이러한 번영이 매우 포용적인 속성을 띠었다는 점이다.
8장 디지털 피해
길항 권력이 한층 더 강화되고 노동자들을 보완하는 생산적인 도구들이 더 많이 개발되어 공유된 번영에 훨씬 더 탄탄한 토대가 놓이리라고 예상하는 것은 합리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공유된 번영의 무덤이 되었다. 테크놀러지의 방향 선회였다.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노동자의 업무를 자동화했고, 자본에 비해 노동에 불리하게, 그리고 대졸이나 대학원졸 노동자에 비해 저학력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자동화를 우선 순위에 놓고 노동자들이 수행할 새로운 업무의 창출은 등한시하는 뷸균형적인 테크놀로지 포트폴리오가 공유된 번영을 파괴하는 것이다. 미국 경제 전반적으로 전에는 사회 계층이 낮은 사람들에게 계층 상승의 기회를 주었던 블루칼라 일자리와 사무직 일자리가 로봇과 소프트웨어를 통한 자동화의 주 타깃이 되었다.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 불평등이 심화되는 데 더 결정적인 영향. 임금 불평등을 추동한 주요인은 테크놀로지의 방향 선회였다. 세계화와 자동화는 서로 시너지를 낸다. 둘 다 노동 비용을 줄이고 노동자를 대체하려는 동일한 목적에서 추동되며 둘 다 1980년 이후 노동 현장과 정치적 장 모두에서 길항 권력이 약화되면서 일어났다.
자동화가 노동자를 밀어내면 노동자 1인당 산출은 늘지만 노동자의 한계생산성은 그만큼 늘지 못하거나 때로는 줄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일이 충분히 큰 규모로 일어나면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임금의 증가도 둔화된다.
테크놀러지에 의존하면서 총생산성은 오히려 감소. 노동자가 감소하면 유연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테크놀로지의 편향은 아주 많이 선택의 문제였고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었다. 이어서 테크 미래주의자들이 사회를 재구성하는 도구를 새로이 발견하면서 경제적정치적사회적으로 상황이 더 악화됙 시작했는데 그 도구는 바로 인공지능이다.
9장 인공투쟁
Ai가 일자리를 전부 대체하지는 못하지만 임금을 더 내리게 할 수 있다. Ai는 생산성이 높지 못함에도 인간을 대체하면서 노동수요와 소득을 감소시킴
부자나라에서 만들어진 기술은 개도국에 적합하지 않거나 자본집약적이어서 도입할 경우 이중노동구조를 만드는 경향을 보인다. 현대 AI의 야망은 고객서비스, 세금 계산, 심지어는 금융 상담이나 투자 자문 같이 루틴한 업무가 아닌 일로도 자동화를 확대하려 한다. 저숙련 노동자들이 AI 픞로그램들을 통해 득을 얻고 있다는 증거도 없다. 새로운 테트놀로지가 생산성을 높여 노동 수요를 늘리고 노동자의 소득을 높이는 경우도 있긴 하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얻는 이득은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생산성을 아주 많이 높일 때만 나타날 수 있다. 그저 그런 자동화는 생산성을 별로 향상시키지 못하면서도 노동자를 대체한다는 점에서 특히 문제다. 전문 역량의 상당 부분은 지극히 맥락 의존적이어서 AI알고리즘으로 변환하기 어렵다. 인간 지능이 갖는 강점은 상황적이고 사회적이라는 데서 나온다.
바이오테크 분야의 연구개발이 서구의 병충해에서 개도국의 병충해를 다루는 쪽으로만 옮겨가도 많게는 글로벌 농업 생산성이 42퍼센트까지 향상되리라는 추산치도 있다. 개도국은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자신의 필요에 맞지 않거나 너무 자본집약적이어서 그것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부유한 나라에서 들어온 테크놀로지는 그것을 받아들인 나라에 이중노동구조를 만드는 경향을 보인다.
10장 민주주의, 무너지다
디지털 도구가 정보의 유통과 저항을 억누르려는 독재자의 손에서 강력한 무기가 되고 소셜미디어가 권위주의 정부뿐 아니라 좌우파 모두의 극단주의자들이 활개치는 가짜 정보의 온상이 된 상황. 사람들이 점점 더 권력과 역량을 잃으면서 권위주의 국가와 민주주의 국가 모두에서 톱다운식 통제가 강화되었고, 사용자의 관여와 분노를 극대화해 돈을 버는 비즈니스 모델이 융성하게 되었다.
새 교과서로 공부한 학생들은 동일한 지역에서 새 교과서가 도입되기 전에 졸업한 사람들과 상당히 다른 견해를 표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20대 남자도 정치적 성향 표출에 있어서 같은 문제가 아닐까?) 인센티브를 통해 적극적으로 해외 정보를 접하게 하자, 해외 매체의 정보를 이해하고 신뢰했으며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바꾸었다. (꾸준히 밭을 갈아야 하는 이유)
하버마스는 공론장을 개인들이 모여 사회적 사안과 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장으로 정의하고 이것이 민주적 정치 과정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민주정치제도가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광장이 있고 각자의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다. 그것이 서로 반대 방향일지라도)
11장 테크놀로지의 경로를 다시 잡기
기후에 대한 내러티브 변화가 있었고 조직화된 정치 운동으로 결집되었다. 이는 기업에 압력을 가하게 되면서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정책 대안 마련이 활성화되었다. 더 강력한 것은 청정 에너지 분야의 혁신과 투자에 직접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의 방향은 자동화, 감시, 데이터 수집 ,광고 쪽으로 과도하게 치우쳐있다. 공유된 번영을 다시 일구려면 테크놀로지의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집합 행동은 목적 달성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 행동하는 것을 필요로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러한 행동에는 비용이 든다. 무임승차자 문제가 생긴다. 대의에 공감한다 해도 비용을 피하기 위해 집합 행동에는 참여하지 않으려는 유혹을 받게 된다.
불평등과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는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누가 권력을 가져야 하는지와 테크놀로지의 방향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에 대해 잘못 내려진 선택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고, 이것이 우리가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다. 그런데 보현기본소득은 패배주의적으로 이 문제를 운명처럼 받아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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