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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과 생각들

농업과 GI 인증 ft. 꼬냑

by chongdowon 2023.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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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과자가 유명한 곳은 고속도로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천안의 명물이 호두과자인 이유는 한반도 최초로 천안에서 호두가 재배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지역 특산물로 과자(빵)을 만들었으니 천안 호두과자라 불렸을만하다. 지금은 중국산 호두로 만들어지니 그냥 고속도로 명물이라고 해도 그다지 실망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천안 호두 외에도 제주도 감귤, 청도 반시, 딸기, 오미자 등 각 지역의 환경에 맞게 잘 자라는 농산물들을 지역 특산물이라고 부른다. 특별히 지리적표시를 하지 않아도 어디에서 온 농산물인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 농산물들이 1차 가공을 하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또는 가공을 하지 않아도 문제는 있다. 감귤처럼 특별한 기후조건이 필요한 농산물이 아니라면 충분히 인근 지역에서 생산될 수 있기 때문에 물량이 모자라면 다른 지역에서 물량을 가져올 수 있다. 이 때문에 GI인증이 필요하다. GI 인증을 통해 품질의 우수성을 보증할 뿐만 아니라 지역의 생산자조직을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지역 내 관리된 농산물이 항상 일정하게 우수한 품질을 유지하고 제값을 받음으로써 농민들은 생산에 더 집중할 수 있게 선순환이 된다.

우리나라 전통주 규정은 고칠 부분이 많이 있기도 하지만 GI인증을 더욱 강화해야 명품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어제 업무상 모임이 있어 나간 식사자리에 꼬냑 판매사원이 동석을 했다. 중국에서 학교를 다닌 중국인이 꼬냑 지방으로 넘어가서 꼬냑을 판매하고 있었다. 꼬냑을 잠시 설명하자면 포도를 발효시켜 만든 와인을 증류하고 숙성시킨 술을 브랜디라고 한다. 브랜디 중에서 꼬냑 지역에서 생산된 술만 꼬냑이라고 상표를 붙일 수 있다. 비슷한 예로 샴페인은 샴페뇽 지역에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만 샴페인으로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지역명이 상품명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브랜드가 되고 지역인증도 된다. 인구 2만명의 작은 지역은 이 도시는 이 브랜드 가치 하나로 전세계를 휩쓸 수 있는 것이다.

코냑(코냐크)시의 포도 품질이 우수한가를 물어보면 가서 먹어 보지 않아도 글쎄라고 답할 수 있다. 이미 포도의 품종은 엄청 다양하게 육종개량되었고 발효주, 증류주에 적합한 품종은 훨씬 다양하게 있을 수 있다. 어떤 지역의 포도 특징은 달고, 어떤 지역은 산미가 강하고라면서 구분지어서 설명은 하지만 사실 쓸데없는 소리긴 하다. 각각의 편차에 따라 다른 특징의 음식이 될 뿐이고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뿐이지 어떤 것이 객관적 우위에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적, 지리적 특성으로 강하게 묶이 꼬냑, 샴페인과 같은 제품들은 가격을 떠나 문화가 되었다. 술과 더불어 지역에서 나는 음식들이 더해지면서 문화가 되고 이야기가 되면서 상품은 더 견고한 위치를 가지게 된다.

결국 무수한 종류의 인증들은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한 작은 도구에 지나지 않고, 한편으로는 품질관리를 위한 결속장치로 보면 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농민들 스스로 품질관리를 할 수 있는 도구는 자부심과 긍지 뿐만 아니라 금전적인 보답이 있어야 가능하다. 물론 가치를 끌어올리는 시작은 농민들 스스로가 첫발을 내딪는게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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