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과 생각들75 치매환자 아빠의 기억과 집착 24년 11월 23일에 적어 둔 메모에 이어서 조금 보태본다.아빠가 치매로 많은 기억을 잃고 엄마나 가족들 힘들게 하는 건 슬픈 일이지만, 내가 항상 옆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기억해서 조금은 다행이다. 가을이라서 그런지 추수 다 했냐, 나락 매상 댔냐, 양수기 전깃줄 걷었냐, 내년 정책자금 신청하냐처럼 딱 이 계절에 할 얘기들을 하시네. 그러면서도 오랜만에 기분 좋은지 은근슬쩍 고기 구워서 한 잔 하자는 말은 안 빼놓고 한번 하신다.노인성인지장애도 병이다. 아직까지는 증상만 알고 치료법도 제대로 없지만 늙어가는 병인 것은 확실한거지. 치매로 남은 기억이 고통이나 남을 증오하는 마음만 가득한 사람도 있던데, 아빠는 가족을 위해서 일에 대한 집착과 그 보상으로 받는 가족과의 오붓한 시간이 남아있나보다. 병.. 2024. 12. 7. 시골 고추방앗간 오랜만에 엄마 따라 고추방앗간에 갔다. 김장철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사람들이 많아서 30분 정도 기다렸다가 고추를 빻았다. 그 짧은 시간에도 여러 종류의 사람이 오고간다. 다른 사람이 내려놓은 고추가 매운고추여서 내가 가져온 고추와 섞일까봐 걱정하는 사람. 고추가 참 좋다는 방앗간사장님의 말에 괜히 뿌듯해 하는 사람. 재체랜만에 엄마 따라 고추방앗간에 갔다. 김장철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사람들이 많아서 30분 정도 기다렸다가 고추를 빻았다. 그 짧은 시간에도 여러 종류의 사람이 오고간다. 다른 사람이 내려놓은 고추가 매운고추여서 내가 가져온 고추와 섞일까봐 걱정하는 사람. 고추가 참 좋다는 방앗간사장님의 말에 괜히 뿌듯해 하는 사람. 매운 가루가 날리는 곳이어서 자연스레 재채기가 나오기 마련인데도, 보는 사.. 2024. 11. 14. 40대 중반에 퇴사할 결심 태어나서 대학졸업까지 사람은 본인 의지로 태어나지는 않지만 살면서는 스스로의 의지로 여러가지 결정을 해야하는 순간이 온다. 결정은 앞날을 좌우하게 되고 그 결과에 따라서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나처럼 우리나라 같은 선진국에 중위소득의 집안에 태어나면 대학교에 진학할 때까지 큰 고민을 할 여유가 없다. 그저 공교육의 틀을 쓴 입시라는 제도 안에서 대학진학을 위해서 발버둥을 칠 뿐이다. 대학에 진학하고 나면 대부분은 동시에 성인이 되기 때문에 본인의 결정이 법적인 책임도 동반하게 된다. 어떤 수업을 들을지 어떤 진로로 갈지 결정하고 거기에 맞춰 학점, 언어, 외부 경험 등을 준비해야 한다. 물론 이조차도 가정이라는 집단에서 충분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경우이고 그렇지 않으면 재원 마련을 위해 일을 해야할수.. 2024. 7. 9. 자연스러운 죽음 모든 생명체는 과정은 다르지만 태어나서 죽는 것으로 일생을 마친다. 태어나는 것부터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다. 모든 개체는 모개체로 부터 유전물질을 전달받아 새로운 세대가 된다. 무성생식이든 유성생식이든 유전자를 전달받은 다음 세대는 높은 확률로 직전 세대와 비슷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대부분의 식물은 종자나 모종의 상태로 심겨진 다음 그 자리에서 평생을 살아가게 된다. 충분한 양분이 모이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단년생 식물은 열매를 맺으며 낙엽이 떨어지면 생을 다하게 된다. 다년생 식물은 열매를 낳고 낙엽을 떨구지만, 그 자리에서 다시 충분한 양분이 모이면 같은 과정을 똑같이 반복한다. 다년생 식물들의 수령은 똑같지는 않지만 살 수 있는 일정한 환경여건이 되면 천년도 거뜬히 살 수 있다. 똑같은 .. 2024. 6. 13. 이전 1 2 3 4 5 6 7 ··· 19 다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