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131이라는 전화번호를 기억하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다. 수퍼컴퓨터가 발달하고 인터넷 뿐만 아니라 다양한 매체들이 생기면서 이제 전화로 날씨 안내를 받을 일은 없어졌다. 20년전만 하더라도 아버지는 봄, 가을에 매일 131에 전화해서 날씨를 확인하고 오늘 작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했다. 물론 나도 옆에서 귀 기울이면서 오늘은 일 안해도 될까하고 긴장을 하곤 했다.
TV를 틀면 매시간 기상뉴스가 나올 뿐만 아니라 자막으로 실시간 기상을 안내해 주고, 스마트폰에서도 시시각각 바뀌는 날씨를 알 수 있다.
여가시간이 늘어나면서 기상은 우리에게 친근하지만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 야외활동을 위해서 빨리를 위해서 차량 관리를 위해서 시간과 비용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항상 날씨에 민감하게 되었다. 인간의 상상력은 예측을 하게 만들었고 날씨도 예측을 하면서 불필요한 비용을 아끼게 된 것이다.
일년 중 농업에서 사용하는 기상은 미세기상이다. 길게는 보름 정도의 날씨를 확인하고 대처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 생애에서 사용되는 농업기상은 기후를 가져와서 쓴다. 지난 30년 지난 100년 동안 지역의 기상환경에 맞춰 농법을 만들고 거기에 맞춰서 농사를 짓는다. 특히 과수작물은 한번 심으면 10년 20년 한자리에서 살아야 하는 작물들은 단기의 기상상황을 보고 기를지 말지를 결정할 수 없다. 이런 오랜 기간의 기후자료를 통해 지역 농업이 형성되게 된다. 농한기와 농번기가 결정되고 이에 맞춰서 모든 일상들이 결정된다. 그 만큼 기후가 결정한 우리 생활방식은 알게 모르게 모든 행동양식에 걸쳐져 있다.
동남아시아의 5월 기온이 관측이래 최고를 갱신하고 있다. 태국 등지의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송크란이라는 명절이 있다. 4월 중순 가장 온도와 습도가 높기 때문에 농경활동을 자제하고 휴식을 하라는 수천년의 지혜의 결과물이다. 일반적으로는 이 시기가 지나고 우기가 시작되어 기온이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논농사를 준비하게 된다. 올해의 이례적으로 높은 온도는 비가 내려도 식지 않고 있다. 어제 비가 꽤 왔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아침 기온은 30도를 훌쩍 넘기고 있어서 뭔가 속은 기분이다. 이제 더 활동적으로 움직여야 할 시기가 됐지만 뜨거운 날씨를 맞닥뜨리니 지난 수백년의 시간이 어디로 간 것인지 알 수 없다.
https://edition.cnn.com/2023/05/08/asia/vietnam-laos-record-high-temperatures-intl-hnk/index.html
쉽게는 기상이변이라고 말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바뀌는 것은 없다. 매일 아침 날씨를 확인하던 농부처럼 우리는 이제 매일의 날씨와 매년 바뀌는 날씨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기민하게 대처해야 할때가 되었다. 기후변화를 대처할 방법이 언젠가는 나오겠지만 그게 내일 당장이 아니라면 모든 생활에 있어서 지난 수백년간의 기억을 잊고 새로운 기준을 세울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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