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중인 하나인 인지장애(치매)는 여전히 치료약을 개발 중이다. 현상적으로는 기억을 끄집어 내 올 수 있는 경로가 막혀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노인이 아니더라도 질병이나 다른 원인으로 같은 증상을 겪을 수 있다. 많은 의학정보를 다루는 매체에서는 이 증상을 막기 위해서 뇌를 끊임없이 사용하라고 한다.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활동 뿐만 아니라 손발과 함께 신체를 꾸준히 사용하는 것 역시 대뇌에 자극을 줘서 뇌의 퇴화를 막으라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이 나빠지고 몸을 움직이기 싫어진다. 혹은 육체 활동을 줄이면서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 서로 인과관계가 연속적이다. 육체 활동을 꾸준히 하라고 하지만 많은 수의 현대화되고 도시화된 공간에서 일상생활을 하는 도시민들은 많이 움직일 시간과 공간이 부족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하고 회사 건물에서는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한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한다고 해도 하루 1시간 이내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다. 인류가 시작된 이래로 이렇게 가만히 무방비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시간은 아마 지금이 최초일 것이다.
한편으로는 뇌를 사용하는 것도 제한적이다. 두뇌의 용량이 늘어나면서 기억력과 사고능력이 크게 발달했지만 오히려 고도화된 사회에서 기억은 여러가지 매체를 활용하게 되면서 점차 용도가 바뀌고 있다. 사고능력도 한명의 개인이 모든 일을 관장해야했던 시기에서 벗어나 지엽적인 문제만 다루게 되면서 그 범위는 줄어들고 깊이는 더해지거나 그대로가 되었다.
늘 같은 운동만 하면 운동의 효과가 처음보다는 감소한다. 그래서 강도를 바꾸거나 운동의 종류를 바꾸는 것이 근육을 만들거나 몸의 긴장상태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뇌 활동도 마찬가지다. 같은 업무를 반복하고 같은 생각만 하면 더이상 다른 사고를 하기 어려워진다. 평소에 같은 말만 반복하거나 대중매체(요즘은 단톡방 찌라시라고 할 수 있겠다)에서 본 얘기를 반복적으로 말하고 사유하는 것이 그와 비슷하다. 매체에서 접한 내용을 비판적으로 해석하거나 확장해서 탐구하지 않는다. 마치 TV를 틀어놓은채 몇 시간이고 아무 생각없이 앉아있는 것과 같다.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거나 중량을 늘리면 몸이 힘들다. 익숙해지기 전까지 며칠 몇 달 고생하기도 한다. 사고 과정도 같다.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거나 하던 공부를 좀 더 심도있게 다뤄보면 머리가 지끈해진다. 운동의 종목에 따라 다른 사람과 겨뤄볼 수 있겠지만 개인 운동은 자기 만족에 지나지 않는다. 알아봐 주는 사람이 없고 큰 성과가 없을수도 있다. 두뇌활동도 마찬가지다. 혼자만의 만족이며 남들에게 얘기할 기회조차 없을 수 있다. 그럼에도 운동을 하고 두뇌 활동을 하는 이유는 우리의 몸은 진화적으로 활동하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한자리에서 평생을 살게 되는 나무들은 부피와 길이가 점차 성장한다. 땅에 박힌 뿌리를 통해 양분을 흡수하고 체관을 통해 잎으로 전해지면 광합성이 시작되고 광합성의 결과물은 다시 나무 전체로 뻗어나가 자라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을 거듭할수록 가장 안쪽에서부터 목질화가 되어 점점 밖으로 밀려 나가게 되어 우리가 눈으로 보는 나무의 껍질이 된다. 이 조직들은 이미 죽은 조직으로 시간이 지나면 떨어져 나간다.
움직이고 사고해야 하는 인간이 나무처럼 있으면 숨만 붙어 있고 음식물만 섭취하면서 연명할 수 있다. 이미 껍질은 떨어져 나가게 되겠지만 인간의 형상은 유지할 수 있다. 어떤 방식을 택할지는 개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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